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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s our universe fine-tuned for life? | Brian Greene


현대 우주론의 중심부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어떻게 생명체에 적합한 조건에 맞춰 정밀하게 조율되어 있는 것일까? 과학계의 가장 획기적인 발견들을 다루는 이 강연에서 브라이언 그린은 너무나도 놀라운 다중우주의 개념이 어떻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몇 달 전 있었던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천문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관측 중 하나를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 두 팀의 천문학자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늘 저는 그들이 무엇을 발견했는지와 함께 논쟁이 많긴 하지만 그들의 발견을 설명할 수 있는 배경 이론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구, 우리 은하, 그리고 멀리 떨어진 다른 은하들 너머에 우리 우주 외에 다중 우주라고 불리는

여러 우주들의 집합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할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다중 우주의 개념은 낯설 것입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우주"라는 단어가 곧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간혹 있습니다.

제가 다중 우주에 대한 얘기를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작년에 제 4살짜리 딸에게 

"아빠는 우주 안의 그 어떤 것보다도 너를 더 사랑한단다."

라고 말했더니 제 딸이 

"우주를 말하는거에요 아니면 다중우주를 말하는거에요?"

라고 묻더군요.

(웃음)


하지만 그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우리 우주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이는 우주의 존재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 여러분에게 다중우주 개념이 왜 단지 추측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고 설득력이 있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중우주에 관한 얘기를 세 부분으로 나눠서 하겠습니다.

맨 먼저 노벨상 수상자들의 관측 결과를 소개하고 그 결과 속에 어떤 수수께끼가 담겨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선 끈이론을 소개하면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고 끈이론이 다중우주 개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부분에서는 급팽창이론을 소개하면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29년에 위대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머나먼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주는 정적이라는 것이 그 때까지의 통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통설이 깨지고 우주의 팽창이 확인되자 사람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느려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사과를 위로 던지면 지구의 중력에 의해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은하 사이의 중력이 우주의 팽창을 억누를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정확히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직접 측정해보기로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팀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바로 그들이었죠.


그들은 엄청난 노력을 들여 수많은 은하들을 관측하고 그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니 우주의 팽창속도가 느려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는 마치 사과를 위로 던졌더니 점점 더 빨리 하늘로 솟구쳤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하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도 이 놀라운 결과의 배경에 어떤 원리가 숨어 있는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힘이 작용해서 모든 은하들이 점점 더 빨리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중력이 어떤 물체를 한 곳으로 잡아당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물체를 밀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공간 안에 어떤 특정한,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마치 안개처럼 균일하게 차 있을 경우 그 공간은 밀어내는 중력을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밀어내는 중력은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서 생성된 밀어내는 중력은 암흑에너지라 불립니다.




화면에서는 여러분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암흑에너지를 하얀 연기처럼 표시했는데

이 에너지는 은하 사이에서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해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킵니다.

암흑에너지는 천문학자들의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데 큰 발판과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여기에는 수수께끼가 숨어 있습니다.

그 수수께끼는 바로 이것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얼마만큼 존재해야 우주의 팽창 속도가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지 계산해보기로 했습니다.

계산 결과 천문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숫자를 얻었습니다.




이 숫자는 관련 단위로 표시될 때 말할 것도 없이 무지하게 작은 숫자입니다.


문제는 왜 하필 이런 값이 나오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물리학 법칙으로부터

이 값을 수학적으로 도출해내려 했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왜 굳이 이 숫자를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와 같은 전문가들에겐 흥미로운 문제일지 몰라도 그 외 사람들에겐 아무런 의미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전문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는 이 숫자를 설명하는 것이 암흑 속에 숨겨진 세상의 이치에 빛을 비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는 다른 우주들의 존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두 번째 부분의 주제인 끈이론에서 도출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암흑에너지의 수수께끼를 염두에 두면서 이제 끈이론에 대한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끈이론이란 무엇일까요?

끈이론은 생전 아인슈타인의 꿈이었던 대통일이론, 즉 만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체계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접근 방법입니다.


끈이론의 핵심 개념은 매우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물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자에서 시작해 원자들, 아원자 입자들까지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끈이론에 따르면 이보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현존하는 기술로 관측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갈 경우 진동하는 가느다란 에너지 줄,

즉 진동하는 끈을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줄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듯이 이 에너지 끈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입자들이 탄생합니다.


전자, 쿼크, 뉴트리노, 광자 등 우주의 모든 입자들이 진동하는 끈으로부터 결정되기 때문에 이 입자들에 대한 설명을 단 하나의 체계 아래 통일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끈이론에 따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진동하는 미세한 끈에서 탄생한 소리들이 하나 하나씩 모여 거대한 우주 교향곡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우아한 대통일이론에도 문제점이 없진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어떤 특정 조건을 허용하지 않는 이상 끈이론은 수학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그 조건은 바로 공간 차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공간은 3차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공간은 높이, 너비, 깊이를 나타내는 세 가지 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끈이론에 따르면 아주 미시적인 공간에선 세 가지 차원 외에 여분차원들이 추가로 존재합니다.

다만 그 차원들이 너무나도 작은 크기로 뭉쳐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여분차원들은 우리가 직접 감지할 수는 없지만 진동하는 끈의 진동 형태에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간접적으로 결정짓습니다.


끈이론에선 끈의 진동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분차원들이 어떤 형태로 뭉쳐져 있는지에 따라 입자의 질량, 힘의 크기, 그리고 암흑에너지의 양이 모두 결정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여분차원들이 어떻게 뭉쳐져 있는지 알아낸다면 암흑에너지의 양을 수학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여분차원들이 뭉쳐진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수학적으로 어떤 형태들이 가능한지 계산해 보는 것 뿐입니다.

이런 개념들이 처음 제시됐을 당시에는 단지 다섯 개의 후보 형태들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하나 하나씩 분석해서 우리 우주의 특성과 일치하는 형태가 존재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후보 형태들이 속속 발견됐고 그 수는 다섯 개에서 수백 개로, 그리고 수백 개에서 수천 개로 늘어났습니다.

다섯 개보다는 훨씬 많은 수였지만 그래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대학원생들도 일거리가 필요하니까 문제될 것이 없었죠.


그런데 그 후에도 후보 형태들이 계속해서 발견되면서 그 수는 수백 만 개에서 수억 개로 증가했고 오늘날에는 약 10의 500제곱 개의 후보 형태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어마어마한 수에 압도된 일부 연구자들은 낙담한 나머지 끈이론으로 확고하고 검증 가능한 예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생각을 뒤집어 다중우주의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이 수많은 후보 형태들 하나 하나가 모두 대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분차원이 다르게 뭉쳐진 우주들이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하면 단 하나의 '진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들이 '진짜'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노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외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고 각 우주에 대해 여분차원들이 다른 형태로 뭉쳐져 있다면 각 우주의 물리적 특징 또한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각 우주에서 관측되는 암흑에너지의 양 또한 다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암흑에너지의 양을 설명하는 문제는 기존에 생각했던 문제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왜 암흑에너지의 양이 특정 값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암흑에너지의 양에는 특정 값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값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즉 우리가 여태까지 잘못된 질문을 묻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물었어야 할 올바른 질문은 왜 우리가 이 우주에서 태어났는지, 즉 암흑에너지의 양이 다르게 나타나는 수많은 우주들 가운데에서 왜 하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에서 태어났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존재합니다.

암흑에너지의 양이 우리 우주보다 훨씬 더 많은 우주에선 암흑에너지의 밀어내는 힘이 너무나도 강해 물질이 한곳으로 뭉쳐지지 못합니다.

물질이 뭉쳐지지 못하면 당연히 은하도 형성되지 못합니다. 

한편 우리 우주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암흑에너지를 가진 우주는 빠른 속도로 붕괴하기 때문에 역시 은하가 형성되지 못합니다.

은하가 없으면 별과 행성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암흑에너지의 양이 우리 우주보다 훨씬 더 크거나 적은 우주에선 우리와 같은 특성을 지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 우주가 지닌 암흑에너지의 양이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수용하기에 딱 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암흑에너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린 것이 됩니다.

물론 이런 설명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관측하는 특성들은 물리학을 통해 확고히 설명되어야 하는데 이 설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얘기의 요점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특성을 관찰했을 때 그 특성에 대해 여러 값들이 관측될 경우 그 여러 가지 값들 중 어떤 특정한 값만 설명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요하네스 케플러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플러는 지구가 왜 태양으로부터 9천 3백 만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케플러는 이 숫자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했죠. 

오늘날 우리는 케플러가 왜 실패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케플러는 잘못된 질문을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우주에는 항성으로부터 거리가 천차만별인 다양한 행성들이 존재합니다.

이 수많은 행성들 중에서 왜 하필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9천 3백 만 마일 떨어져 있는가를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올바른 질문은 우리가 왜 다른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태양으로부터 9천 3백 만 마일 떨어진 곳에 존재하게 됐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구할 수 있습니다.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행성은 너무 뜨거워서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고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행성은 너무 춥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구의 환경이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수용하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행성과 그 위치를 설명하는데에는 이러한 논증이 올바릅니다.

마찬가지로 우주와 암흑에너지의 양을 설명하는데에도 이러한 논증이 올바를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이 우주 안에 다른 행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다른 우주들의 존재 가능성은

그저 추측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종합하자면 우리에게는 사실상 다른 우주들을 생성시키는 하나의 메카니즘이 필요합니다.

이는 제가 마지막으로 얘기할 주제와 연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주학자들은 대폭발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이 메카니즘을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대폭발이론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는 보통 커다란 폭발과 함께 우리 우주가 탄생하면서 공간이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대폭발이론에는 폭발 부분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대폭발이론은 폭발 이후 우주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에 대해 설명하지만 대폭발 자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합니다.

대폭발에 대한 설명은 대폭발이론을 개선시킨 급팽창이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급팽창이론에 의하면 공간이 바깥으로 팽창되는 데에는 특별한 연료가 사용됩니다.

이 연료는 양자장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 효율성이 엄청나게 높아서 이 연료를 전부 써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는 대폭발이 우리 우주에 한해 일어난 일회적인 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고갈되지 않는 연료로부터 수없이 많은 대폭발들이 발생하고 각각의 대폭발은 새로운 우주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거품 목욕에 비유하면 우리 우주는 거대한 거품 덩어리 중 단 하나의 거품에 불과합니다.

이제 이 개념을 끈이론과 결합시키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우주는 서로 다른 형태로 뭉친 여분차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각 우주는 서로 다른 물리적 특성을 지닙니다.

우리가 다른 우주가 아닌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이유는 암흑에너지의 양과 같은 우리 우주의 물리적 특성들이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수용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우주의 유력한 모델입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많긴 하지만 최첨단 관측과 이론들을 고려하면 이 모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우주들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다중우주의 실체를 확인할 가능성에 대해 한 번 얘기해보겠습니다.


급팽창이론에 대한 근거는 우주 관측을 통해 이미 확보했습니다. 

급팽창이론에 따르면 우주 대폭발은 매우 강렬하게 일어났습니다.

공간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미시세계의 양자적 요동이 순식간에 거시적인 크기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공간 내에 뜨거운 지점과 차가운 지점들이 독특한 무늬를 만들며 형성됐습니다.

이 무늬는 마치 지문과 같은 것인데 천문학자들은 고성능 망원경을 통해 이 무늬를 실제로 관측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 급팽창이론은 다른 우주들이 존재할 경우 우주끼리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 우주가 다른 우주와 충돌한다면 그 충돌로 인해 우주 공간에 미묘한 온도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 변화를 감지해 다중우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가 그저 신기한 이론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관측을 통해 다른 우주의 존재가 실제로 입증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설명드렸던 것들이 먼 미래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이야기를 하며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먼 은하에서 오는 별빛들을 관측함으로써 우리 우주가 정적이 아니라 실제로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그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우주의 팽창이 점점 더 빨라지면서 은하들도 점차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먼 미래에는 다른 은하들을 더 이상 관측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적 법칙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은하들로부터 오는 빛은 아무리 빨라도 속도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늘어나는 공간의 팽창 속도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먼 미래의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바라볼 때 정적이고 칠흑 같은 어둠 밖에 보지 못할 것이고 결국엔 우주가 정적이고 불변할뿐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곳에 모여있다는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틀리다고 알고 있는 것을 미래의 천문학자들은 사실로 믿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먼 미래의 천문학자들도 이전 세대로부터 내려오는 자료들을 통해 은하들로 가득차고 동적으로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의 천문학자들이 고대의 자료를 그대로 믿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최첨단 기기를 통해 관측한 정적이고 텅텅 비어 있는, 시커먼 우주를 사실로 받아들일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즉, 오늘날 우리는 탐험을 통해 우주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축복받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러한 특혜를 우리가 언제까지나 누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천문학자들은 강력한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마치 전보처럼 수십 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빛들을 포착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날아온 이 메시지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자연은 때때로 물리 법칙 뒤에 자신의 비밀들을 숨겨 놓는다는 것입니다.

진실의 일부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수평선 너머에서 우리에게 신비로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크리스 앤더슨: 그린 박사님 감사합니다.

강연하신 내용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우주론이 어디쯤 와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의 우주론이 과거와 차별되는 특별한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십니까?


브라이언 그린: 글쎄요.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미래의 천문학자들이 정보가 부족해 우주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을 때 자연히 지금 우리도 그런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주가 진화하는 방식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우주의 핵심적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에 대한 해답을 완전하게 얻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반면 우리는 우주의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계산하는데 성공했고 137억 년 전에 생성된 마이크로 배경복사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해 실제로 그 예측이 사실임을 입증했습니다.

이건 엄청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미래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크리스 앤더슨: 앞으로 며칠간 더 계실테니 관련된 얘기를 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린: 제가 영광입니다)

(박수)


번역: Seyoung Yoon 

검토: Amy 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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